다행이 학교에서 숙직하시는 분이 중앙현관에서 자는걸 허락해 주셔서 모기장 치고 잘잤다.  운동장에 사람들이 빨리 안나가서 11시가 넘은 시간에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황당하게 11시 넘은 시간에 샤워하고 있는데 축구공 몰고 들어오는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당황도 했다.  축구 열기가 이렇게 대단한 줄이야.

  6시 30분쯤 웅성 거리는 소리에 깼다.  아니 오늘은 일요일 아침인데 웬일로 사람들이.. 라고 생각하며 눈을 떠 보니 웬 초등학생들이 여행을 가는지 한 20명쯤 구령대 앞에 서있고, 여 선생님도 계셨다.  숙직하시는 분이 나와서 모기장를 얼른 치우고 자리도 정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7시가 조금 넘으니까 여행가는 초등학생들이 휭 하니 사라졌다.  다시 조용해진 학교.  모기장을 치웠지만 스르르 잠이와서 침낭을 베고 둘이서 아무말 없이 잠들었다.  

  일어나니 9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땡볕에서 열심히 축구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하는거 보고 있으니까 나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역시 축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날이 너무 덥고, 대구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오늘 코스는 좀 무리라고 생각한 현진이 형과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슬슬 게을러 져서 기차도 한번 타보는 것이 어떠냐고 서로 웃으면서 경주역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수화물로 보내려고 하니까 하루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럼, 대구에서 하루 더 머물러야 해서 난 생각 끝에 자전거를 성북으로 붙였다.  이제는 기차 여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간단하게 빵과 쿨피스를 사서 기차를 탔다.  통일호라서 그런지 기차 같지가 않고, 그냥 지하철 타는 것 같았다.  지정좌석도 없고, 빨리가서 앉으면 임자였다.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현진이형하고 돌아가면서 앉았고, 기차안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우리가 하루종일이나 달려서 올 수 있는 거리를 기차는 2시간이 조금 못되니까 도착했다.  이 더운날 내가 왜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이 말을 타면, 사람을 부리고 싶다고.. 역시, 난 사람인가 보다.  분지 지형이라서 그런지 대구는 생각보다도 더 더웠다.  역에서 나와 여행안내소에 들어가 대구 여기저기를 물어보았다.  그래도 항상 첫 번째 갈곳은 월드컵 경기장이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뒤에 산을 끼고 우뚝 솟아 있는 월드컵 경기장이란..  보면 볼수록 멋있었다.  날은 상당히 더웠지만 월드컵 경기장을 보니 달려 가고 싶을 정도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좀 멀어 10분쯤 걸어 들어갔다.  와~ 10번째 구장이다.  정말 월드컵 10개 구장을 다 관람하는구나.  엄청난 감동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월드컵경기장이었지만 나에게는 감동과 환희였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정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열번째구장인 대구 월드컵경기장이다.!! 만세!!!   야호. 신난다.!!

와. 이렇게 좋을수가.. 잔디로 달려가고 싶네..   여기가 대구다.. 승리의 V..!!

  밖에는 그렇게 더웠지만 경기장안에는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사진도 몇장 찍고 관람석에 들어가 경기장을 한눈에 바라봤다.  마냥 웃음이 났고, 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경기장을 보고 나오는 길이 너무 멀어 차를 얻어타고 나오려고 했지만 현진이형이나 나나 둘이 멀쑥해서 그냥 더운날 걸어왔다.과연 누굴까요..? 풉. 냐하하. 암튼 신났어.^^

  다음은 대구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별로 유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생각대로 별로 없었다.  그래도 민속 놀이마당이라고 있어서 오랜만에 팽이도 쳐보고 재미있었다.  특별전으로 한국전통복식2천년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옛날부터 입었던 옷들이 잘 진열되어 있었다.  너무커서 저런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의 옷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향교라는 곳으로 향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곳이라서 뭔가 좀 있을까 하고 갔는데, 그냥 옛날 건물 몇채만 세워져 있고 들어가 보니 닭들만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어정쩡 하여, 서울로 올라갈 것인가 아님, 하루 더 자고 내일 올라가서 자전거를 찾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대구역으로 향했다.  휴가철에다가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대구역에는 사람들로 엄청 혼잡했다.  역에 오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표를 끊으러 갔지만 내일까지 입석표뿐이라는 말에 저녁기차표를 샀다.  동해로 간다는 현진이형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기차에 올랐다.현진이형과의 대구에서 아쉬운 작별.!! 현진이형 동해 여행도 무사히 마치시길..!! 서울서 술한잔.^^

  얼마만에 서울에 오는 것인가..  참 설레였다.  입석이라서 차량과 차량사이에 앉아서 애처롭게 있었다.  배가 고파서 하나 남은 컵라면은 부셔 먹었다.  나름대로 맛있었다.  집에가서 맛있는거 먹어야지 생각하고 벽에 기대 잠들었다.  자다깨다 자다깨다 했지만 어느새 수원이었다.  집에 가져가려고 호두과자 한상자를 사고 서울역에 도착 집으로 들어왔다.

 

  성북역으로 보낸 자전거가 걱정되긴 하지만 역시 집에 오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자전거 탄 시간 0:07:13       이동거리 : 3.70km

 경주어느초등학교~경주역~대구역~대구월드컵경기장~국립대구박물관~향교~대구역~서울역~집

 

 쓴돈 : 빵,우유(1,500), 경주~대구 기차값(1,900), 버스비(1,200), 대구~서울 기차값(10,700), 지하철(700) = 16,000원

 

 총 자전거 탄 시간  85:52:35     총 이동거리 1175.22km(x)


Posted by 아침형라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