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발자국/2002 자전거 전국일주

여행 일곱번째날!!! (7월 21일 일요일) 날씨 : 무지하게 맑음.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2002. 7.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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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역 찜질방 수면실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TV에서는 쉬리가 하고 있었고, 난 11시가 좀 넘은 시간에 취침실로 향했다.  들어갔더니 세명밖에 없어서 이층으로 만든 수면실이 애처롭게 느껴 졌다.  오랜만에 코 고는 소리도 없이 편히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떳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발 디딜틈도 없이 누워서 사람들이 자고 있었다.  1층, 2층 말할 것도 없이. 조심스레 사람들을 피해가며 2층으로 내려와 옷장 있는 곳으로 나왔다.  시계는 8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 슬슬 몸에 익숙해져가는가 보다.  집에선 8시에 일어나려면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저절로 눈이 떠질 정도다.  밖에 나와서 고생이라지만 뭔가는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전주에서 27번국도 찾다가 방황하면서 만난 전주역에서 한장.. 할아버지가 찍어주셨는데. 삐뚤삐뚤..

  1층에 헬스장도 있어서 헬스로 간단하게 아침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해서 9시쯤 나왔다.  당연히 계란 3개에 바나나 우유도 먹고,  어제는 일기예보에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비가 올 것이라고 조금은 걱정했는데, 비는커녕 화창한 아침이었다.

  광주를 가기 위해 27번 국도로 가는 순창으로 방향을 잡았다.  1번 국도로 가면 정읍, 고창 방향인데, 산이 많아 엄청나게 고생을 한다고 저번에 만난 우리학교 친구가 알려줘서 27번 국도를 찾아다녔다.  전주역에서 사진도 찍고, 27번도 국도를 찾는데 쉽지가 않았다.  한 30분쯤 경기전과 풍남문(옛날 전주성의 남문)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27번국도가 있음을 지도에서 발견. 유적지를 향해 달렸다.

  풍남문을 올라가 보니 옛 전주성이 보고 싶어졌다.  또, 그러고 보니 내가 전주 이씨가 아니겠는가.  경기전도 조선왕조의 시작점인 전주에 세운 것이라고 하니 갑자기 박물관에 가고 싶어졌다.  이정표도 오다가 발견하여서 한 5분거리려니 하고, 30분동안 애써 찾은 27번 국도를 뒤로 한채 박물관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정표가 근처에 있길래 얼마 걸리지 않을줄 알았는데, 10분도 넘었을 뿐더라 난 고개를 넘고 있었다.  고개 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호기심이 아니라 오기로라도 박물관을 보고 간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물어물어 15분이나 더 걸려 박물관에 도착했다. 참 아무리 생각해도 난 사진을 잘 찍는거 같아.. ^^

  국립전주박물관.  아주 멋지게 지어져 있었다.  지방에 있는 박물관이어서 인지 유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백제의 영향을 받은 지역은 처음이어서 백제의 문화를 많이 접해 보았다.  2층에는 미륵사지를 1:50으로 축소해 두었는데, 미륵사지가 엄청난 사찰인거 같았다.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저런걸 산속에 지었다니..  지금은 많이 소실된 것 같았지만 옛날로 돌아가 직접보고 싶을 정도였다.          

  민속실에는 농사의 전반적인 모습과 1월부터 12월까지의 종류별 음식이 맛깔스럽게 전시되어있었다.  반대쪽의 미술실.  옛날에는 광주보다 전라도에선 전주가 더 발달된 고장이었다.  '호남제일문'도 전주에 있고, 풍남문 뒤에도 '호남제일성'이라고 써져 있었다.  큰 도시의 명칭인 전주와 나주를 따서 전라도 라고 부를만 했다.  금으로 만든 옥새도 보고, 왕이 내려준 문서까지 많은 유물들을 봤다.

  잠시 쉬어가려고 테라스에 앉았다.  홍보물도 다시 읽어 보고 있는 사이에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오른쪽 팔을 베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 왼쪽 팔을 베고 있었다.  계속 졸리길래 한 30분 잤나보다 생각하고 밖에 잔디에 누워 편하게 자야지 하고 나가면서 시계를 얼핏 봤는데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깜짝 놀라 내가 잘못 본게 아닌가 하고 다시 봤지만  1시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시간이나 담들어 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는 전주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기획전으로 "전주의 근대교육 學校"를 하고 있었는데 전주의 100년 정도의 교육역사를 알 수 있었다.  교육사를 이렇게 일컫었다.

  "유교식으로 교육을 받았는가 하면, 신학문에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일본인으로 동화되는 교육에 시달려야 했다.  해방의 기쁨을 맛볼 틈도 없이 전쟁을 겪어야 했고, 이어 들어선 군사정권에서 민주교육은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숨 가쁜 산업화시절에는 양질의 노동력을 양산하는데 주력했고 개개인의 창의성은 무시되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잔재가 가시지 않은 채 21세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참 누가 썼는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것 같았다.  전주에 있는 학교의 변화서부터 교복의 변화, 교과서의 변화까지.  70년대 교실도 재현해 두었다.  1940년대 전주 어떤 고등학교에서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간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금강산으로 수학 여행 가면 좋으련만...

70년대 학교란다. 근데, 나 어렸을때도 이런 교실이었던거 같은데.. 히히   옛날 옷의 변화의 주목하세요.. 그리고 바뀌는 손의 변화도.. ^^

  상설 전시실에는 "동학농민혁명"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유물 뿐 아니라 비디오 자료, 3D 입체까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재미있어서 다 보다가 시간 가는줄 몰랐다.  국사책에서만 보던걸 직접 보고 들으니 국사 공부가 저절로 되었다.  그 뒤로 광복후 80년대 민주화 항쟁까지.  다른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2시간 좀 넘은 시간.  햇볕이 제일 뜨거울 시간이다.  밖에 나가보니 예상대로였다.  다시 시원한 박물관으로 들어와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지하에서 토이 스토리2를 상영해 주고 있었다.  날씨도 더웠고,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한 나는 한번 망설이고, 극장 의자에 앉았다.

  또 보는 것이지만 대형스크린으로 보니 더 재미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NG 장면까지 다 보고밖에 나오니 어느덧 세시반 오전에 한시간 정도, 14km밖에 안탔는데 광주는 다 갔다고 생각하고, 그냥 순창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오전에 조금밖에 안타서 인지 조금 부담도 되었고, 먹은 것도 없어서 쉽게 지쳤다.  한 10km 달리니까 산이 보였다.  허걱!  처음으로 만난 산인지 2시간쯤 낑낑 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한 30분만에 순식간에 내려왔다.  내려 올 때는 좋은데, 올라갈 때는 죽을 맛이었다.  2시간씩이나 낑낑 거리면서 올라가니 처음으로 집 생각도 났다.  시원한 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앉아 쉬면서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앞에 한 음식점에서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여행 하냐면서 물한잔 먹고 가라는 것이 아닌가.  산 중턱에서 먹은 시원한 물한잔에 오늘 피로도 싹 날아갔다.

  산넘어 산이라고, 또 산이 내눈앞에 나타났다.  히치에서 자전거를 뒤에 실고 차타고 가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실어 줄 만한 차는 없고, 정말 힘들게 힘들게 산을 넘었다.  내려오면서 뒤에 있는 산을 바라보며, 내가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에 박수도 쳤다.

  조그만 더 달리니 순창에 도착했다.  8시 반쯤 24시간 사우나를 찾아 몇바퀴를 돌았는데 순창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역이나 터미널주변에 있을거 같아 찾아 다녔지만 없었고, 물어보니 순창엔 기차역이 없다고 하셨고, 더 우울한건 찜질방이나 사우나 24시간 하는곳은 없다고 하셨다.  엥, 큰일났다.  날은 어두워져서 광주까지느 못가고 하루 여기서 자야 되는데 잘곳은 없고, 지갑을 열어보니 2만원밖에 없어서 일단 돈을 찾았다.

  PC방에 들어가서 자려고 하니까 산도 2개나 넘었고, 땀 범벅에 너무 피곤해서 앉아서는 도저히 못잘거 같았다.  자더라도 내일 자전거를 못탈 것만 같았다.  여관 같은곳을 가보려고 돈을 찾았지만, 교회에서도 재워 준다는 말에 11시쯤 PC방을 나와 근처에 있는 교회를 찾았다.

  교회 3층에 불은 켜져 있었고 문은 열려 있었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더니, 내 또래의 학생이 나온다.  하루밤 묵어 가고 싶다고 했더니, 그냥 아무것도 물어보지도 않고, 전도사님께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전도사님을 깨운다.  전도사님께 서울서 내려온 자전거 여행을 하는 학생이며, 원래는 24시간 사우나 같은 곳에서 잠을 자는데 이곳 순창에는 그런 곳이 없어 하루밤 잤으면 좋겠다고, 내일 비올지도 모르니 비만 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냥 예배당 의자에서 침낭 피고 잔다니까 3층에서 내 또래 학생과 같이 자라는 것이다.  친철하게 샤워실도 알려주시고,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편하게 누워서 잘잤다.

 

  전도사님, 감사합니다.

 

 

 자전거 탄 시간 5:19:28          이동거리 : 74.17km

 전주역근처사우나~풍남문~국립전주박물관~전주역사박물관~27번 국도~순창~PC방~세광교회

 

 쓴 돈 : 계란, 바나나우유(2,000), 네버스탑(600), PC방(2,700), 딸기우유(500), 오예스2개,음료수(1,000) = 6,800원

 

 총 자전거 탄 시간  37:13:07     총 이동거리 505.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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